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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디아스포라'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았다. 수천 년 전의 땅 - 실제로 그랬는지도 확실치 않고 -이라는 근거로 멋대로 들어가 나라를 세우고 원주민을 핍박하는 이스라엘을 봤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시오니즘도 19세기의 산물이며 자행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로니모 임(임은조, 이하 헤로니모 임)의 일생, 쿠바 한인의 디아스포라를 보며 '디아스포라'가 다 반인륜적인 디아스포라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헤로니모 임은 죽음과 절망 앞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쿠바 한인의 역사' 그 자체인 것 같았다. 대리 노예로 끌려갔던 한인들이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사랑으로 일생을 보내온 것 같다.

 

1995년 독립 50주년을 기념한 행사에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와서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지 않아도 온전한 소속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조국'은 단순히 지리적 경계가 아니라, 지리적 경계를 넘어서며 이기적인 민족주의도 아니며 착취 받고 고통받는 이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그러한 무언가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헤로니모 임의 일생을 보며 그가 단순히 역사 속의 박제된 인물이 아닌 내 옆에 있는 누군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왔던 과정이 인간적 보편이 아닐까라는 자문자답을 하며...

 

그리고 민족이라는 개념은 느슨해질수록 좋을 것 같다. 민족을 정의하는 개념이 단순한 '피'가 아니고 '얼굴'이 아니며 그 정신과 전통을 잇는 이들이라고...

 

진정한 보수는 민족의 전통성과 정신을 지킨 헤로니모 임이 아닐까 싶다.

 

엔딩곡으로 친일 작곡가의 '고향의 봄'이 나온 것은 조금 아쉽다.

 

 

헤로니모 임이 자녀들에게 남긴 편지 中

 

조국

 

조국은 순수하게 나라를 지킨 조상들의 유산이자 순교자의 재물이다.

조국은 더 나은 내일과 미래의 동포애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영감이다.

조국이라는 개념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다.

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만 해당되거나 이기적인 민족주의를 따르지 않는다.

애국심은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고 착취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희망과 눈물과 합쳐져야 한다.

조국은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존엄이자 명예이다.

 

p.s

어제 영화를 보면서 정말 아름다운 글이라고 생각해서 옮기고 싶었지만 정확한 워딩이 생각나지 않아서 옮기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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