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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 사이언스 :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 홍성욱

 

 

크로스 사이언스
국내도서
저자 : 홍성욱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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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가치 체계의 파티션 구분과 병합의 과정"


한국에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이 소개된 이후에 한동안 융합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다지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각 학문에서 다루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학문 내에서도 세부 학문으로 들어갈 경우 '용어'가 서로 다른데 학문 간은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하지만 기존 학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수많은 학문의 내용의 차용이 필요한 현재의 흐름에서 우리는 통섭적 가치를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통섭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첫번째 과제는 한 학문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다음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학문의 경계에 서서 이를 통합하는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크로스 사이언스의 저자인 홍성욱 교수는 '과학기술학(STS)'이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작품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사유를 제시한다. 대중문화 속에서 나타난 사실과 가치의 결합을 보여주며.


학부생 시절에 개설된 '과학사', '과학철학' 강좌를 들어보기도 했지만 보통 사학과, 철학과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과학기술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게만 느껴져 불만이었다. 하지만 이 '크로스 사이언스'는 '물리학'을 전공한 저자의 히스토리 덕분에 과학적인 내용도 충실하다. 또한 저자가 짚어낸 지점들은 지적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주제를 제공해준다.


특히 '인간의 의의'에 대해 묻는 '사이보그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인간이 아닌 것'을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를 정의해나가는 것, 현재 사회의 문제들의 심층부로 우리를 내던지는 책의 내용은 사유 속에서 표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크로스 사이언스를 읽다보면 저자가 '대중은 흥미가 없으면 떠나버리는 존재'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페이지를 넘기던 손을 멈춘 문장을 공유한다.


01.

인간의 지혜는 기술 발전에 걸맞게 발전하지 못했으니, 이는 마치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머리는 어린아이 같은 형상이라고나 할까.(p.51)


02.

사이비과학은 이런 마음을 비집고 자라난다 누군가 과학의 이름으로 내가, 한민족이, 한국 사람이 과학적으로 못났다고 한다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학이 나를, 한민족을, 한국 사람을 잘났다고 하면 이런 얘기는 우리의 허영심을 살살 간지럽힌다.

[중략]

18~19세기 사이비과학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과학이 만들어내는 차별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차별에 대해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차별은 항상 더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고, 더 은밀하게 우리의 허영심을 비집고 들어오기에 그렇다.(p.116~117)


03.

20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미국의 사상가 루이스 멈퍼드는 우리가 유토피아를 갈망하는 이류를, 인간은 현실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궁극적인 선'에 대해 더욱 철저히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p.125)


04.

... 로이 배티의 머릿속 기억들은 무엇일까? 이식된 것일까, 아니면 진짜 경험일까? 그것이 이식된 것이라고, 그것은 진짜가 아니라고 우리가 부정할 수 있을까?

[중략]

사이보그의 입을 빌려 인간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좁은 이기심을 넘어선 세상에 대한 애정과 자비심이라는 사실을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p.248~249)


05.

우리의 미래는 우주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성찰하는가에 달려 있다.(p.347)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크로스 사이언스 :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 홍성욱 / 21세기북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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