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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최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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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수학'은 애증의 대상이다.
고교시절의 시험만을 위한 용도에서 그 만남을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수학'과의 대면은 고교시절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전공과 관련해 통계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의 일부와 마주해야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과학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교양수준으로는 풀리지 않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필요했다.
식을 단순히 보는 것으로, 설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식을 풀어보고 싶다는 갈망은 갈수록 커졌다.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본다는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독학'은 그다지 쉽지 않았고 목표를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은 총 3부로 이루어져있다.
가장 기초적인 내용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3부에서는 현대 수학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일반인에게 수학의 '아름다움', 수십년간 수학과 대면해온 학자가 소개하는 그 내용은 '아 한번쯤 수학을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칸토어의 무한개념이 재밌었다.
고교시절에는 단지 '무리수가 유리수보다 많다'고 하고 넘어가지만 '자연수'와 '짝수'의 일대일대응을 통해 집합간의 농도가 동일하기 때문에 동일한 무한이라는 것을 소개하는 내용에서 '아 그렇다면 임의의 n/m의 꼴로 나타낼 수 없는 무리수의 경우에는 일대일대응이 불가능하겠구나'라는 논리적 전개가 가능했다.(강연 시간에 여쭙고 집에 돌아와서 대각선 논법도 직접 해봤다)
단순히 '수학적 내용'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실에서 캐낼 수 있는 의미를, '아름다움'을 소개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3부의 일부 내용은 쉽게 정리되어 있지만 몇번 읽어야 감이 잡힌다.
[책속의 문장]
01
실제로 모든 각이 직각인 직사각형은 휨이 없는 평면에서만 존재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실생활에서 삼각형의 넓이를 구할 때 항상 이 공식을 이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지구 크기에 비해 넓이를 구하고자 하는 곳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그것을 평면으로 간주해도 오차의 범위가 극히 작아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p.29)
02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변화하는 과정 안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다. 이것을 수학적 용어로 불변적인 성질, 즉 '불변량(invariant)'이라고 부른다.(p.45)
03
삶에 지쳐 있을 때 우리 자신에게도 위상적인 성질이 변화하도록 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돌에게는 그것이 구멍이듯이, 자신의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그 구멍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 우리도 진정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p.50)
04
수학 문장으로 전환할 때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불필요한 요소를 걸러내고 형식적 조작을 하는 것이다.(p.53)
05
집합론의 창시자이기도 한 칸토어는 일대일 대응을 통해 유한에서 무한으로 가는 체계적인 방법을 생각해냈다. 두 집합 사이에 일대일 대응 관계가 성립하면 두 집합의 농도, 즉 원소의 개수의 크기는 같다고 정의함으로써 자연수 집합의 농도와 그의 부분인 짝수 집합의 농도가 같음을 다음의 그림처럼 일대일로 대응시켜 보여주었다.(p.59)
06
같은 질문이라도 표현의 방식을 바꾸면 문제의 맛도 달라지고, 사고의 역량도 달라진다. 표현은 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본질적으로는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을 다르게 함으로써 더 멋지게 나타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이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pp.92~93)
07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진리인가?'하는 것은 현대 수학의 질문이 아니다. 현대 수학의 질문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각각의 모순이 없는 체계를 가지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현대 수학은 선험적으로 진리인 체계를 추구하지 않고, 어떤 현상이 있을 때 그 현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최적의 무모순적인 체계를 추구한다.(p.98)
08
추상의 본질을 보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한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맨 마지막에 남는 것, 그 본질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추상화다. 쓸데없는 것을 제거하고 사물이 그 본질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그 본질을 마주하는 순간 감동을 받게 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본질을 보고자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인간에게 때로는 아름다움을, 때로는 통찰을 선사한다.(pp.101~102)
09
산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세계관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삶의 방법과 내용도 달라진다. 삶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종종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혼용함으로써 모순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런 자기모순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기모순을 발견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추어 있지 않는다.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점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인생을 해석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은 더욱 성숙해지고 발전한다.(p.161)
10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것이 무너지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옳은 일이라도 그것이 시행되려면 무르익는 시간이 필요하며, 결국 옳은 것은 승리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러리라 믿고 싶다.(p.207)
11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수학이 원래 가지고 있던 깊고 역동적인 의미의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며, 이 과정을 통해 감동을 갖는 일이다. 그러므로 수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가장 큰 목표는 어떻게든지 이 감동을 되찾아내는 것이다.(p.233)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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