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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안에서 내 손을 쓰는 단순한 행동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VR 안에 몸을 가져올 수 있으면 나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주민이된다. 하지마 가상의 손이 어떻게 해야 가상의 물체를 집을 수 있는지 알아내는 따위의 기능적 세부 사항은 여간 힘든 과제가 아니었다.
물체의 집으려고 했는데 가상의 손끝이 실수로 물체를 꿰뚫는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어쩌다 손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었다. 새로운 세계의 규칙을 바꿀 때마다 놀랍고 초현실적인 버그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버그는 가상 현실에 들어 있는 꿈이었다. 꿈은 변화를 일으킨다.
거대한 손의 경험은 가상 현실이 느껴지는 방식뿐 아니라 실제 현실이 느껴지는 방식까지도 바꿨다. 방 안의 친구들은 반투명하게 고동치는 존재처럼 보였다. 그들의 투명한 눈은 의미로 가득했다. 이것은 환각이 아니라 향상된 지각이었다.
새롭게 드러난 물질성이었다.
<가상 현실의 탄생, 재런 러니어, pp.11~12>
p.s
2017년 1학기 수강했던 인지심리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셨었다.(당시에 해당 이슈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알파고가 화제가 되었을 때는 알파고의 구조에 대해서도 다뤘었다.
"가상현실과 실제 세계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지나가던 말씀으로 하셨던 것이라 대답을 원하셨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시에는 아직 과학책을 본격적으로 읽던 시절이 아니었다)
"정보량의 차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할 수 있는 정보량의 차이에서 가상과 현실이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추가적으로 질문을 하셨다. 당시에 교수님은 학생이 답이 맞건 틀리건 관계없이 추가적인 질문을 하셨다.
"학생 말이 맞다고 가정하고 기술이 발전해서 정보량의 차이가 없다면 구분이 될 수 없을까"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마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상은 새로운 물질성을 발현하지 않을까요."
그 이후의 대화과정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17년 1학기 당시에 뭘해도 지치지 않고 계속 각성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궁금한 것이 있다면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모든 걸 질문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아마 그때부터 VR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가졌던 것 같다. 기술이 발전하고 충분한 정보량을 제공할 수 있으면 심리치료에도 본격적으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행동치료쪽에서는 사용이 있기는 했지만).
독서를 하는 동안 가상현실이 기반에 대해서 보다 이해를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
#가상현실의탄생
#재런러니어
#열린책들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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