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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년 전의 메시지 - 믿음에 기반한 생각의 폐해"

《티벳 사자의 서》는 말한다.

1
"그대가 이 환영들이 그대 자신의 생각에서 나온 그림자들임을 아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나위가 없다."

2
그 신들은 단지 사자의 의식 속에 담긴 내용물이 여러 가지 환영으로 시각화된 것에 불과하다. 꿈으로 짜인 공허한 무(無)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3
사자가 이 사실을 완전히 깨달으면 그는 존재의 근원으로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 따라서 《바르도 퇴돌》은 그 제목이 암시하듯이 듣고 봄으로써 영원히 자유에 이르는 위대한 가르침이다.

4
죽은 사람은 환영들로 이루어진 장엄한 영화 화면을 지켜보는 유일한 관객이 된다. 이 화면들은 그의 의식 속에 있던 생각의 씨앗들이 꽃피어난 것이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가 놀라움에 질린 눈으로 화면에 나타난 활동사진을 지켜보듯이,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눈앞에 출몰하는 관경들을 지켜본다.

[중략]

5
인간은 가르침을 받은 그대로 믿을 따름이다. 생각이 곧 현상이다. 생각이 어린아이의 마음 속에 씨앗처럼 심어지면 그것이 아이의 정신적인 내용을 완전히 지배한다. 믿음이라는 비옥한 땅에 생각의 씨앗을 심어 놓으면 그 생각이 건전한 것이든 불건전한 것이든, 또는 순전히 미신적인 것이든 합리적인 진실이든, 그것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그 사람의 정신을 채운다.

티벳 死者의 書 / 파드마삼바바 지음 / 라마 카지 다와삼둡 번역 / 에반스 웬츠 편집 /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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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자의 서를 접하게 된 건 '종교의 구조를 알고 싶다는 호기심'과 '분석심리학자인 융이 티벳 사자의 서를 통해 프로이트를 칭찬 아닌 칭찬(또는 공격)을 했다는 사실'때문이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하나의 철학책으로 보고 책장을 넘겼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기존의 서양 철학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함이라고 할까. 흥미로웠다. - 진리라고 믿는 것이 아니다.ㅎㅎ - 책장을 덮은 후에, 지금으로 부터 1200년에 어떻게 사유만으로 이렇게 견고한 조형물을 만들었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과 인간이 실제적으로 접할 수 있는 시공간과 감각적 차원이 동일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동일한 구조의 종교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전제하고 있는 세계관(?)이라고 할까. 이건 옳다고 하고라는 '공리(?)'라고 할까...

종교 자체는 없지만 천주교, 개신교, 불교를 다 겪어봐서 그런가. 종교 그자체가 가지고 있는 도그마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것들이 쌓아올려진 구조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종교가 참인지 거짓인지 상관없이 믿는 사람에게 실용적이라면, 사회 전체의 공리적 측면에서 용이한 측면이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p.s
최근에 핏대 세우고 근거없이 또는 왜곡을 통해 타인을 깎아내리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당신의 그 생각은 어떤 믿음에 근거한 것이냐고.

#정리
#티벳사자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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